한국어 학술지에 실린 한국어 논문 초록과 함께 실리는 영어 초록, 그리고 한국어 초록의 구글 번역을 비교해 보면서 좋은 기술 번역이 어떤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예시로 제시한 논문은 인터넷에 공개된 훌륭한 논문의 초록입니다. 비판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미리 공지합니다.)
[한국어 논문 초록]
"마이크로파 공정으로 제조된 순수한 LaCoO3와 금속이온이 첨가된 LaCoO3 페롭스카이트 산화물에서 메틸오렌지의 광촉매 분해반응의 활성을 조사하였다. 순수한 LaCoO3와 세슘 이온이 첨가된 LaCoO3 산화물들은 제조법과 무관하게 페롭스카이트 구조를 보여주었다. UV-Vis DRS 결과에 의하면 모든 촉매들은 가시광 영역에서 흡수스펙트럼을 나타내었다. 화학흡착된 산소종은 메틸오렌지의 광촉매 분해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화학흡착된 산소의 비율이 높을수록 더 높은 광촉매 활성을 보여주었다.
[영어 초록]
"We have investigated the photocatalytic activity for the decomposition of methyl orange on the pure LaCoO3 and metal ion doped LaCoO3 perovskite-typeoxides prepared using microwave process. In the case of pure LaCoO3 and cesium ion doped LaCoO3 catalysts, the formation of the perovskite crystalline phase was confirmed regardless of the preparation method. From the results of UV-Vis DRS, the pure LaCoO3 and cesium ion doped LaCoO3 catalysts have the similar absorption spectrum up to visible region. The chemisorbed oxygen plays an important role on the photocatalytic decomposition of methyl orange and the higher the contents of chemisorbed oxygen, the better performance of photocatalyst."
[한국어 초록의 구글 번역]
"The activity of the photocatalytic decomposition reaction of methyl orange was investigated in pure LaCoO3 prepared by microwave process and LaCoO3 perovskite oxide doped with metal ions. Pure LaCoO3 and LaCoO3 oxides doped with cesium ions showed a perovskite structure regardless of the preparation method. According to the UV-Vis DRS results, all catalysts exhibited absorption spectra in the visible light region. The chemisorbed oxygen species played an important role in the photocatalytic decomposition reaction of methyl orange, and the higher the ratio of chemisorbed oxygen, the higher the photocatalytic activity."
밑줄 친 부분들 중심으로 특징들을 비교해서 살펴보겠습니다.
- 저자의 영문 초록은 저자를 'we'로 부르는 방식을 사용하였습니다. 좀 더 능동적으로 보이고 솔직해 보이기 때문에 요즘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구글 번역은 '우리는'이라는 표현이 한글 원문에 없으면 'we'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조사'에 해당되는 가장 마음 편한 동사는 역시 'investigate'입니다만, 'study'나 'analyze'등을 쓰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 아쉽지만 화학식으로서 LaCoO3에서 숫자 3은 아래첨자로 표기되어야 한다는 것을 저널 편집자(?)와 구글 컴퓨터 모두 놓친 것 같습니다. 사소한 디테일일지 모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의미의 큰 혼동을 가져 올 수도 있고, 저자의 꼼꼼함이나 실력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숫자가 화학식 마지막에 나오기 때문에 혼동은 없겠으나, 화학식에서 위첨자나 아래첨자가 아닌 숫자는 그 뒤에 나오는 것의 개수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웹페이지 등에 게시되는 글에서는 워드 프로세서만큼 정교하게 위첨자와 아래첨자를 표기하기가 좀 어렵고, 화학을 아는 사람들은 정확하지 않은 표기도 찰떡같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공들여 표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화학 물질을 표기하는 기본적인 약속이므로 지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이 첨자 표기 때문에, 실험에 실패하거나, 생산에 차질이 생기거나, 심지어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 저자는 영문 초록에서 'in the case of...'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으나 이는 주어와 목적어를 잘 선정함으로써 사용을 피할 수 있는 군더더기 같은 표현입니다. (심지어 한글 초록 원문에도 없는 표현입니다.) 우리에게는 어색할지 모르나 '물건'이 주어인 영어 문장을 쓰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 저자는 'UV-Vis DRS 결과에 의하면' 이라는 표현을 영문 초록에서 'from the results of UV-Vis DRS'라고 썼으나, 'according to the UV-Vis DRS results'라고 쓰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혹은 'the UV-Vis DRS results showed that...'으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역시 '물건'이 주어인 영어 문장을 쓰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 'The chemisorbed oxygen plays an important role'과 관련하여, 일단 실험 결과를 적는 시제는 '과거 시제'가 맞습니다. 그리고 한글 원문에는 '화학종'이라고 되어 있음에도, 저자는 영문 초록에서 'oxygen'으로만 표기하여 'oxygen species'라고 하지 않았음에 아쉬움이 있습니다. 논문 내용을 더 봐야 하긴 하겠지만 'oxygen'이라고 쓰면 화학자와 화학공학자는 당연히 '산소 기체 (O2)'를 떠올립니다(아니면 산소 원자). 'oxygen species'라고 쓰면, 산소 원자를 포함하는 다양한 화학종들을 포함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species'는 단복 동형의 단어라 간편하게 복수의 화학종들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 한국어 초록의 구글 번역은 '분해 반응'을 'photocatalytic decomposition reaction'이라고 표현하면서 굳이 '반응'을 표현하고자 하였으나, 'photcatalytic decomposition'만으로 의미가 완벽히 전달되므로 'reaction'은 불필요한 단어일 뿐입니다. 이러한 예로는 '산화 반응'-'oxidation,' '중합 반응'-'polymerization'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편의상 한글로 '반응'을 붙이지만, 누구나 이게 '반응'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굳이 'reaction'이라고 쓸 필요가 없습니다. (참고로 'A를 B와 반응시키다'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react A with B' 번역할 수도 있겠으나, 저는 'put A to a reaction with B' 또는 'allow A to react with B'로 주로 번역합니다. 동사 'react'가 거의 자동사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닥터번역은 과학/기술/공학/논문/언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이렇게 번역합니다. 전문가가 번역하면 영어 문장의 정확도와 명료함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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