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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을 위한 읽기 - 책 리뷰

영어의 탄생: 옥스퍼드 영어사전 만들기 70년의 역사

by DoctorChoi 2023. 1. 20.

이미지 출처: yes24.com

인상깊은 구절
  • '처음 열두 가지 언어가 항상 어렵지만 일단 이것만 숙달하면 나버지 백여 개 언어는 별 문제가 없다'- 제임스 플랫.
    기록실로 찾아오는 사람들이나 편지를 보내오는 사람들은 나에게 "Zymotic의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꼭 살아계십시오"라고 소망합니다.-피체드워드 홀.
  •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내일은 산스크리트어 공부를 시작해야 할텐데"였다.-하버트 콜리지
  • "retreat는 프랑스 함대가 적 앞에서 물러설 때 내리는 명령이다. 영국 해군에게는 해당되는 용어가 아니므로 더 이상의 설명은 부적절하다."-폴크너의 <해군 사전>
 
같이 읽으면 좋은 책

 

2009년 3월 30일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

 

내가 그 일을 한번 맡아볼까?, 이 별생각 없어 보이는 한 마디가 그 유명한 <옥스퍼드 영어 사전>의 시작이었다. 편집의 총사령관이던 제임스 머리는 '따지기 좋아하고, 진지하고, 순수한' 사람이었다. 아마도 그였기에 이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였기에 '영어'라는 거대한 언어를 한 권의 책에 담아둘 수 있었을 것이다.

 

 사전을 만드는 일처럼 방대한 지식 작업이 또 있을까 싶다. 모든 학문과 문화와 사고가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언어의 엄청난 가치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변해왔고, 또 변하고 있는 한 언어를 어느 한 시점에 불러 모으는 작업은 절대 녹록하지 않은 프로젝트이다. 모든 낱말을 모으고, 그 낱말을 정확하게 정의하고, 각 단어의 용례를 예문으로부터 모아서 분류하고, 그 단어의 어원을 파헤치고, 적절한 예문을 통해 용법을 보여 주는 등의 과정이 사전 작업에 포함된다. 사전에 포함되는 말에는 '지상의 모든 딸'― "사물은 천상의 아들이지만, 어휘는 지상의 딸이다."라는 새뮤얼 존슨의 말로부터―이 포함되니, 이는 결국 모든 학문을 아우르고, 모든 사물을 아우르고, 모든 시대를 아우르는 것이다.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어로 번역된 책의 제목은 <영어의 탄생>으로, 아마 영어권 이외의 독자들에겐 적절할 수 있겠지만, 원제는 <모든 것의 의미>라는 좀 더 언어학적이고, 사전 편찬 작업을 낭만적으로 묘사한 이름이다. 이러한 낭만적인 이름 아래 서술되는 내용은 오히려 생생하고, 사실적이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라는 방대한 역작을 만드는 일이 그 추진단계부터 어떻게 7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어떤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담고 있다. 쉽사리 지치기 쉬운 이 작업에서 어떻게 처음에 의도한 그 수준과 질을 지킬 수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비둘기 집에 얼마나 많은 예문들이 들어찼었는지, 얼마나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들은 한 편의 장대한 대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이러한 고된 프로젝트의 결과로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낸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285킬로미터의 활자 길이에 총 222,779,589개의 글자와 숫자가 들어간 10권의 거질(巨帙)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영어는 한참을 배워도 여전히 '몰입'해야 한다, '리스타트' 하자, '공용화'하자는 주장들이 나오는 언어이기도 하다. 영어의 그 엄청난 영향력에 압도되고 있을 것만이 아니라, 세계 보편 언어로 거듭난 비결에도 귀를 기울여 볼 일이다. 세계 사용자 수 10위인 한국어도 '옥스퍼드'만한 한국어 사전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생긴다.

 

 

2009년 3월 30일 씀